아직 발생치 않은 오차를 두려워 마라
아직 발생치 않은 오차를 두려워 마라
  • 관리자
  • 승인 2007.09.0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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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송호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졸
KAIST 공학석사
미국 퍼듀대학교 공학박사
홍진 씨앤텍 대표이사


산업사회의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인 표준화, 평준화는 곧 작은 오차를 의미한다. 대량생산에서 효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차를 줄여서 불량품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식스 시그마 운동도 바로 이러한 산업사회 생산방식에서 가장 이상적인 목표인 셈이다.

하지만 지식사회에서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한 가지 제품만을 생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산효율은 떨어지지만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만들려는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고객의 요구를 맞추면서 생산효율도 높이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생산효율과 고객요구 중에서 우선순위를 매기자면 생산 자체보다는 고객의 요구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작은 오차의 개념은 대량생산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공계의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반복할 경우, 실험 횟수에 따른 오차가 적을수록 그 사실은 더 인정된다.

독립변수에 변화를 주면서 종속변수의 변화를 관찰해 둘 사이의 관계식을 제시할 때에도 제시된 여러 식들 중에서 표준편차(오차)가 적은 식이 더 맞는 것으로 인정된다. 이렇게 작은 오차를 미덕으로 알도록 교육받은 결과, 이공계인들은 실제 사회생활에서 여러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이공계인들은 한 직장에 취직하면 거의 평생을 같은 일을 하면서 정년까지 보낼 수 있었다. 이 경우에는 작은 오차의 사고방식을 가져도 별 무리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직장에서 하는 일에도 큰 변화가 없거니와 인생살이도 큰 변화 없이 하루하루 살다가 정년퇴직을 하면 됐다. 오히려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은 이단아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지금의 지식사회에서는 어떤가? 고객에게 주도권을 뺏긴 기업은 생존을 위해 경쟁력 없는 구성원을 잘라내야만 한다. 구성원들은 더 이상 그들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에 기대어서는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됐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챙겨야만 변화의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공계인들은 오차가 적은 안정된 삶을 받아들이도록 교육받아 왔기 때문에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작은 오차를 강조하는 이공계 기술자의 또 하나의 특징은 어떤 일이 주어지면 ‘안 된다’는 말을 먼저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부정적인 태도는 이공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지선다형 교육을 받고 자란 한국 학생 모두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사지선다형 문제에서는 정답을 먼저 찾기보다 오답, 즉 답이 아닌 것을 먼저 찾아 지워가는 것이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태도는 이공계가 특히 심하다. 사지선다형 교육에 작은 오차 교육까지 더해져서 부정적인 태도가 더욱 심화된 것이다. 특히 이공계 기술자는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더더욱 ‘안 된다’는 말을 자신있게 한다.

자신이 그 분야에 대해서 잘 안다는 사실을 어떤 일에 대한 부정적인 면, 왜 안되느냐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자신이 반대해서 그 일이 추진되지 않으면 나중에 책임질 일도 없어지기 때문에 더욱 그런 표현을 많이 하는 것이다.

성공하려면 일단 일을 시작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단 일을 시작하는 자체가 중요하다. 일을 진행하면 문제점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런 문제점은 열정과 신념으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일을 진행하면서 나타나는 오차가 두려워서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이다.

이공계 학생들은 실험에서 오차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그들에겐 우선 불안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차별화된 1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남이 가지 않은 위험한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최근 각 기업들이 실패를 해도 좋으니까 차별화된 1등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새로운 시대는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실패를 통해서 배우면서 자기만의 차별화된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시대이다. 발생되는 오차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발생된 오차를 줄이면서 앞길을 과감하게 헤쳐나가야 한다. 그런 뜨거운 열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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