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전략을 직시하자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전략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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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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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길영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울산대학교 겸임교수

민주당 에너지대책 특별위원장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은 2001년 3월 28일 갑자기 “세계의 많은 국가가 온실가스 의무 감축에서 배제된 것은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닐뿐더러, 성과를 가져올 수 없다”면서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를 탈퇴했다. 국제간의 신의를 묵살한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를 유인한 배후의 실체가 이제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들은 바로 온실가스 배출의 최대 주범인 미국의 석유, 철강, 석탄, 자동차 업체들이다.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환경회의에서, “엑손모빌 등 거대 에너지 회사들이 지구온난화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는 연구에 연간 1000만 달러의 자금을 풀어 조직적인 공작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2월 ‘지구온난화 원인은 90% 이상이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인한 것’이라는 유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의 보고서를 부인하는 쪽에서 동 보고서에 대한 논란을 제기하는 글 1편당 1만 달러의 장려금을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기업들의 배후 공작에 놀아난 지식인들

이에 앞서 뉴스위크 최신호(8월 13일자)는 1980년대 후반부터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에너지 기업들이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을 저지하는 활동을 펴왔다고 주장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미국의 석유ㆍ석탄ㆍ철강ㆍ자동차 업체들은 세계기후연맹(GCC)과 환경정보위원회(ICE) 등 강력한 로비단체를 만들었고, 조지마셜연구소와 같은 보수적 싱크 탱크들을 포섭했다. 이들 조직은 리처드 린젠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와 패트릭 마이클스 버지니아대 교수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에게 거액을 지원해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연구를 수행하도록 했다.

1995년 5월 필자가 미국 워싱턴에서 ‘건전한 경제를 위한 시민의 모임’의 연구실장을 만났는데,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미국의 책임에 대한 시민들의 입장을 묻는 필자에게 그는 린젠 교수의 연구 성과를 근거로 지구온난화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불편한 진실에 대한 미국인들의 한계가 바로 기업과 결탁한 지식인들의 연구성과에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잡지는 이들 기업들은 2001년 조지 부시가 집권했을 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선거 공약을 취소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해 3월 미국의 교토의정서 탈퇴를 이끌어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64%가 “기후변화에 관해 상당한 과학적 이견이 존재한다”고 답한 것은 바로 이들의 공로(?)가 주효했다고 본다.


한국의 지구온난화 부정 세력들

상지대학교 홍성태 교수는 지난 8월 22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 우리나라에도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증언했다. 그는 “얼마전 ‘자유기업원’이라는 곳에서 역시 공공연히 지구온난화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 봄 어떤 토론회에서 지구온난화 현상을 부정하는 교수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는 ‘사이언스’에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논문이 실렸다며, 지구온난화로 공공연히 ‘협박’하고 있다고 내게 외쳤다”고 말했다. 이런 부류들의 배후에 미국과 같은 기업들이 없길 바라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까?

2004년 2월 영국의 ‘옵서버’는 “미 국방부의 비밀보고서에서 급격한 지구 기후변화가 지구촌 안전을 해체하는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며, “펜타곤의 저명한 전략가인 앤드루 마셜 자문역이 작성한 또 다른 비밀보고서에는 미래의 전쟁은 종교나 이념, 국가의 자존심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의 문제 때문에 야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기후변화 자체를 부인해왔던 부시 대통령에게 치욕을 안겨준 꼴이 됐다.


부시 행정부와 기업들의 숨은 전략

교토의정서 탈퇴 이후 국내외적으로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온 부시 행정부가 올해 들어 갑자기 ‘기후변화의 원인이 90% 이상 인간에게 있다’는 IPCC 보고서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부시는 올해 초에 석유 사용 감축,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 확대, 온실가스 포집ㆍ저장 프로젝트 추진 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를 부정해온 기업들은 한편으로는 지구온난화에 이의를 제기하는 세력들을 고무ㆍ지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각종 프로젝트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이제 부시 행정부와 기업들의 전략은 명백해졌다. 그것은 자기들의 온실가스 감축에 비용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정한 시간을 벌면서, 동시에 온실가스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맞아 떨어지면 교토의정서에 복귀할 것이다. 물론 한국과 중국 등 주요 개도국을 의무감축 국가에 포함시키는 전제조건을 채울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난 8월 22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가에너지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기후변화 대응 신국가전략’을 채택한 점을 유의미하게 평가하면서, 이를 계기로 가칭 ‘기후변화대책추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기후변화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자연과학은 물론 사회과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문의 학제간 연구를 위한 민간-학계-산업계-정부간의 협력체제 구축 및 국가적인 지원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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