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요구를 파악하라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라
  • 관리자
  • 승인 2007.10.1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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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송호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졸
·KAIST 공학석사
·미국 퍼듀대학교 공학박사
·현재 홍진 씨앤텍 대표이사

소니가 베타맥스라는 뛰어난 비디오테이프 포맷을 개발했는데도 시장에서 참패한 사실은 고객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소니의 베타맥스는 경쟁품인 VHS보다 먼저 출시됐을 뿐만 아니라 수명이 길고 화질도 선명하며 당시의 제품 추세대로 작은 크기였다. 기술적으로는 모든 면에서 베타맥스의 성능이 뛰어나 전문가들은 베타맥스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얼마나 더 성공적이냐의 문제일 따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베타맥스의 대참패였다. 몇 년 안 되어 베타맥스는 시장에서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했다. 베타맥스의 실패는 테이프의 녹화시간이 짧은 데 있었다. 베타맥스의 녹화시간은 90분인데 반해 VHS 카세트는 2시간이었다. 고객들은 긴 녹화시간을 원했다. 특히 카세트의 주요 용도인 영화의 상영시간이 90분을 넘고 2시간에 가까운 경우가 많았던 것도 고객이 긴 녹화시간을 선호한 이유였다.

이렇게 소니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뛰어난 제품 성능만을 과신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무시했다는 데 있다. 물론 소니가 자만에 빠져 베타맥스의 특허권을 주장하면서 다른 경쟁사들의 시장진입을 봉쇄한 것도 실패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다른 경쟁업체인 JVC와 마쓰시타가 VHS를 개발하도록 했고, 이들이 다른 업체들에게 VHS 기술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하여 경쟁국면이 소니 대 다른 모든 업체의 대결로 귀착돼 결국 소니는 실패를 자초했다는 분석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서 우리 이공계 기술자들이 명심해야 할 교훈이 있다.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술’보다 ‘고객이 원하는 기술’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업사회가 지식사회로 넘어가는 데서 생긴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 변화는 바로 공급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고객을 거슬러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따라서 기업도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재빠르게 변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산업사회에서 영업을 했다면 지식사회에서는 마케팅을 한다. 영업이 제품을 고객에게 선전하고 일방적으로 파는 개념이라면, 마케팅은 고객의 요구를 알아내고 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고객들에게 효율적으로 알리는 모든 과정을 통틀어서 일컫는 개념이다.

그래서 어떤 경영학자는 마케팅은 고객이 스스로 제품을 선택하도록 하기 때문에 영업이 필요없는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고객 중심의 마케팅을 위해 지식사회에서는 기업 조직도 생산, 연구개발, 영업 등의 기능중심 개념에서 법인사업팀, 개인사업팀 등 고객을 중심으로 한 체제로 바뀌고 있다. 또 고객과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조직을 단순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이공계는 아직도 고객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의 효율성만을 앞세워,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지 않고 고객의 무지를 탓하는 경우까지 있다. 까다로운 고객과 맞부딪히지 않기 위해서 영업관리 업무를 회피하기도 한다.

또 이공계인들은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크게 멀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면 경영진의 관점이 아니라 실무자의 입장에서 보고서를 작성한다. 계산과정을 자세하게 나열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 만드는 것이다.

기업이 고객을 대할 때도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고객을 상대로 제품을 판대하고자 할 때에는 제품 자체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가치 추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이공계 기술자들은 대부분 ‘싸고 좋은 물건만 있으면 무조건 잘 팔린다’고 생각한다.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인 자신들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산업사회에서는 이러한 공급자 중심의 사고방식이 통할지 모르나 지식사회에서는 절대 통할 수 없다. 지식사회에서는 ‘고객은 무조건 옳다’는 마케팅의 기본 원칙을 철저히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싸고 좋은 제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하고 사용하면서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혹시 생기더라고 즉시 해결해 준다는 신뢰감을 줘야 한다.

기술적인 지식이 없는 회사의 경영진에게 제품을 설명하러 가면서 기술적인 면만 자세하게 설명한 작은 글씨의 두꺼운 보고서를 들고 간다면 고객을 배려한 자세라고 할 수 있을까?

이 경우에는 고객이 원하는 정보만을 간략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 전문 용어보다는 일반적인 용어로 보기 쉽게 한두 장 정도로 요약해서 짧은 시간 안에 설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고객이 기술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실무 기술자라면 그에 맞춰 자세한 기술 자료를 제공하고 충분하게 기술적인 토론을 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2007년 10월 8일 8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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