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계천에 사는 야생 식물들
10월 1일로 청계천이 복원된 지 2주년이 됐다. 9월 28일부터 30일까지 청계천에서는 2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청계천 2주년 기념축제는 각종 공연과 전시, 연주회 등 많은 볼거리와 이야기거리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2년 전 개통했을 당시 크기가 작았던 풀과 나무들도 이제는 사람의 키만큼 훌쩍 자라 있었다. 청계천이 복원됨으로써 도심의 열섬현상이 다소 해결됐고, 교통통제로 인한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등의 감소로 청계천에서 숨쉬기가 조금 수월해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꼭 찾아보는 명소가 될 정도로 외국인들의 인기도 높고, 서울시에서는 시티투어 버스를 만들어 외국 손님들이 청계천을 좀더 편하고 쾌적하게 둘러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삭막한 고층건물에서 일하던 회사원들도 점심시간이 되면 하나둘씩 청계천으로 나와 머리를 식히며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게 됐다.
1940~50년대 청계천 주변에서 살았던 어린이들은 이제 어른이 돼 새롭게 맞이하는 청계천 물줄기에 한껏 향수에 젖어본다. 시간이 흐르면서 물고기들과 새들, 그리고 풀들도 하나씩 생기를 띄며 청계천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청계천의 자연
우리 곁에 돌아온 청계천, 정말 아름답고 예술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이것은 청계천의 외모일 뿐 내면에는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청계천은 생태하천으로 복원됐지만, 아직은 생태하천이라고 할 수 없다. 콘크리트를 뜯어냈지만 다시 콘크리트를 써서 하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외국의 언론에서는 청계천을 잘 만들어진 인공공원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자연과 아주 흡사한 구조물로 생각하는 것이다.
모전교에서 시작되는 청계천의 물줄기는 자연의 것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깨끗한 2급수에 불과하다. 청계천에서 흐르는 물은 잠실대교 주변 자양취수장에서 한강 물을 퍼 올려 뚝도 정수장에서 2급수로 정수 한 뒤 흘려보낸다.
원래 우리나라 하천은 대부분 건천으로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에 흐르고 비가 오지 않는 계절에는 물의 양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청계천이 완전히 자연그대로의 모습으로 복원된다 해도 일년 내내 많은 물이 흐르는 하천이 되기는 힘든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빗물이나 기타 생활하수 등이 하수처리장으로 흘러들어가서 하천들의 물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청계천에 흐르는 물은 이렇게 한강 물과 지하철역 등에서 나오는 1급수의 지하수를 섞어 만들어진 인공적 ‘물’인 셈이다. 하천 바닥 또한 흙이나 자갈보다는 시멘트와 돌덩어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연에서의 정화능력보다는 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청계천 개통 후 첫 여름이 됐을 때 청계천 물에 이끼가 끼고 냄새가 난다 하여 시민들이 더 철저한 관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9월 28일 찾아간 청계천은 깨끗하고 향기로운 풀냄새가 나는 하천으로 바뀌어 있었다. 2주년 기념축제를 맞이해 특별히 깨끗하게 관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축제의 중심무대가 설치돼 있는 청계광장 부근의 말끔한 풀들과 달리 모전교에서 삼일교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사람 키 보다 훌쩍 큰 나무들 때문에 하천이 아닌 숲 속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처음에는 관리가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2년 동안 자라온 나무들을 보기 좋게 가지치기를 하고 가꾼다는 것도 생각만큼 간단하지가 않았다. 일부러 조성한 풀과 나무들을 잘라내고, 혹시나 약을 쳐서 생장을 억제한다면 제2의 수질오염이 발생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계천의 안전문제
청계천을 걷다보면 차가 다니는 도로 폭도 좁고 사람이 걸어 다니는 인도 폭도 좁다고 느낄 것이다. 원래 청계천의 폭이 70m 정도였는데 주변의 상가라든가 건물들이 있기 때문에 50m 정도로 물길과 도로 등을 만들어 좁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 청계천 주변 양 도로 중 한쪽 방향 인도의 폭이 상당히 좁은데, 성인 두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폭이다. 거기에다 나무까지 심어져 있어서 자칫하면 사고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그렇게 인도 폭이 좁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왕래를 하면 새나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침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좁은 인도에 새들이 살 수 있는 나무를 심고, 사람들이 조금만 지나 다니도록 폭도 작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청계천을 찾아오는 동물들을 생각한 세심한 배려가 고개를 끄덕여지게 하지만, 좁은 인도와 도로 사이를 이리저리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무슨 곡예를 보는 것처럼 아슬아슬 하기만 하다. 2005년 복원 당시에도 도로 한가운데 설치된 조형물을 구경하던 50대 여자가 조형물 사이 틈으로 추락해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2년 3개월의 짧은 공사 기간에 5.8km의 청계천을 복원했다는 것이 실로 대단한 일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안전에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다른 하천구조물에 비해 청계천은 수직구조를 가지고 있어 비가 많이 내릴 경우 급물살에 휩쓸릴 위험이 있어 집중 호우 시에는 청계천을 통제하고 비가 왔을 경우 위험하다는 것을 미리 시민들에게 알려서 접근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청계천은 단순한 하천이 아니라 경제, 문화, 환경 등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청계천의 물은 스스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필요에 의해 흐르도록 만들었다. 시민들의 휴식과 문화공간으로서 많은 전시회와 공연 등이 열리기도 하며, 밤에는 조명이 비춰지고 여름에는 분수도 뿜어져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시설물과 용수 공급시설 관리, 재난 대비, 안전대책, 환경관리(청소, 보수관리) 등에 한해 70억원 가량의 유지비가 든다고 한다. 물론 많은 유지비가 드는 그만큼의 경제적 효과(외국인 관광객 유치, 도심환경 정화, 문화 휴식 공간 제공, 국가이미지 제고 등)를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리와 개선이다. 청계천의 물이 흐르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됐지만 우선은 한강 물을 끌어다 정수해서 쓰기로 했다.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써야 하고, 단 몇 년 간의 볼거리 제공이 아닌 100년이 지나도 생태하천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고 하천의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28일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은 청계천의 2주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터뷰를 해봤다. 주부 김순녀(42세)씨는 “청계천 복원을 한다고 했을 때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오늘에야 처음으로 청계천 구경을 왔는데 복잡한 자리에 물이 흐르니깐 좋네요. 비가 오면 넘칠까봐 걱정이 되지만 물이 많아서 좋습니다”라며 비가 많이 왔을 때 물이 넘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마음을 표현했다.
대학생 염석호(26세)씨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것 같아서 보기 좋다. 2년 전에 비해 입지가 제대로 선 것 같다. 하지만 가끔 물에 쓰레기가 떠다닐 때는 보기 싫다. 시민들이 환경관리를 위해서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면서 청계천의 2주년의 의미를 되새겼다.
청계천이 시민들에게 볼거리와 휴식공간을 만들어 준 것은 확실하다. 시민들은 2주년 축제를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지만 청계천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청계천이 더 자연스럽고, 환경친화적으로 우리 곁에 머물 수 있도록 정부에서 잘 관리해 주길 바랄 것이다.
지금의 아이들이 청계천의 인공조형물과 함께 추억을 만들었다면 이 아이들이 커서도 물고기들과 새들이 함께 하는 아름답고 깨끗한 청계천을 볼 수 있도록 우리가 지켜줘야 할 것이다.

▲ 구조물 사이에 어린 아이가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의 틈이 있어 위험해 보인다.

▲ 2주년을 기념해 모전교에서 광교까지 폐가전제품이나 고철 등으로 ‘리사이클 조각’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 성인 2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인도, 거기에 나무까지 심어져 있다.

▲ 풀과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 도심 속 숲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2007년 10월 8일자 8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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